1. Chat GPT를 보고 터미네이터를 염려하다
요새 Chat GPT가 핫합니다. 누군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영화 터미네이터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합니다.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픽하고 코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프로그램 성능이 발전해서 뛰어나게 된다고 해서 사람같은 자의식이 생기겠습니까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그냥 웃어 넘기기만 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삽십년 전 인공지능 바둑
1990년 아니면 91년 말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30년쯤 전입니다. 지방에 살던 저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 있는 친구 누나집에서 하루 묵게 되었습니다. 자기 전에 컴퓨터하고 바둑을 두었습니다. 제가 기원 7급 수준이었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의 실력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잘 둘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여러 판을 두었습니다.
컴퓨터가 잘 두긴 했지만 저한테 최소 4점 이상 깔고 둘 정도로 하수였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그 정도로 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바둑이라는 것이 실리와 세력의 균형같은 추상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프로그램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입니다.
3. AI 를 처음 접하다
2000년에는 Java + XML + AI 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6개월 IIX 전문가 과정을 비트교육센터에서 수강하였습니다.
AI 와 관련해서 배웠던 것은 TF IDF, 코호넌맵, 백프라퍼게이션입니다.TF IDF는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Kohonen Map이나 Back Propagation 은 그럴듯하게는 들리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Back Propagation 관련해서는 인공뉴런 어쩌고 하는 개념적인 공부도 하고, Java로 된 샘플 소스도 실습해보고 했는데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비트교육 센터를 다니던 시절 저의 바둑 실력은 기원 5급에서 3급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넷 바둑으로는 아마추어 7단 정도 됩니다. 제가 바둑도 둘 줄 알고 프로그램도 배웠고, 거기에 잘 모르겠지만 AI 도 쪼금 공부했으니 10년 전에 보았던 바둑프로그램보다 훨씬 잘두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4. 바둑의 치수에 대해서
바둑은 먼저 두면 유리합니다. 미리 여러 개 놓아두고 두면 더더욱 유리하고 이런 것을 치수라고 합니다.
프로입단 문턱에서 좌절할 수준의 아마추어 고수들을 강일급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학 다니던 시절 신촌에서 강일급 고수 두어 분과 몇 번의 바둑을 두어보았습니다. 제가 5점 정도 깔고 두는 실력차이였습니다. 강일급은 프로 정상급에게는 또 다시 3~4점 정도는 깔고 두어야 할 겁니다.
최고수 중 한 분이셨던 서봉수 사범님이 프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 완벽한 수만을 두는 바둑의 신이 있다면, 2~3점 정도의 치수가 될 것이며 목숨을 걸고 두라고 하면 4점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암튼 정상급 프로기사의 실력은 완벽의 경지에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다는 뜻이지요.
5. 세기의 대결
2016 년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요. 바로 바로 알파고와 이세돌의 시합입니다.
누가 이길까?
저는 당연히 이세돌에게 걸었습니다.
주위에 컴퓨터가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친구와 동료들한테는, "네가 바둑을 몰라서 그래! 이세돌이 100프로 이겨"라고 알려주었죠.
이세돌이 이긴다에 전재산을 걸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걸었을 겁니다.
그런데 결과는 알파고가 이겼지요. 뉴스를 듣고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세돌이 완패했다는 경기 내용을 알고 나서는 충격이었습니다.
좀 잘두는 바둑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바둑은 좀 알았지만 알파고를 너무 몰랐었네요"
알파고 이후에 더욱 강해진 AI 들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프로기사들이 호선에서 상대가 안되어 2점을 깔고 두었는데 그래도 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뒤로 3점에도 종종 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요.
서봉수 사범님의 말씀대로라면 인공 지능의 실력이 바둑 분야에서는 신급의 경지에 오른 것입니다.
6. AI 앞에 겸손해지자
이제는 AI의 미래에 대해 섣부른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요 며칠간 저도 Chat GPT를 사용해 보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자의식이 생기거나 영혼이 생기겠냐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조심스럽습니다.어차피 사람의 뇌도 물질이고 전기 신호 같은 것들의 작용으로 사고를 하는 것 아닌가요.놀라우면서도 두렵기까지 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정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